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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판의 미로

    판의 미로 소개

    2006년 기예르모 델 토로가 각본을 쓰고 감독한 미국, 멕시코, 스페인 합작의 판타지 영화다. 델 토로 감독의 최고작이라고 불린다. 1944년 내전이 막 끝난 시점의 스페인을 배경으로 한 소녀가 겪는 환상과 현실을 그리고 있다. 델 토로의 동료 감독인 알폰소 쿠아론이 제작에도 참여하기도 했다. 동화적이면서 기괴한 판타지와 파시스트 치하의 비극적인 전쟁이라는 서로 안 어울릴 것 같은 두 장르를 조화시킨 스토리와 독창적인 비주얼 및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더해져 찬사를 받은 델 토로의 대표작이다. 장르를 따지자면 판타지이지만 일반적인 오락 영화는 아니며 동화적인 아름다움을 넘어 호러에 가까울 정도의 잔혹성이 엿보이는 작품이다. 스페인 내전 직후의 실상이 잘 드러나는 점에서 전쟁영화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개봉 당시 국내 배급사가 마치 나니아 연대기, 해리 포터 시리즈 같은 가족용 판타지인 것처럼 홍보하는 짓을 하는 바람에 한국 한정으로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리고 있다. 한글판 제목은 '판의 미로'이지만 작풍과 원제를 살리면 '판의 미궁'에 가깝다. 국내 개봉 전 여러 언론들도 '목신의 미궁'이란 제목으로 소개했었고 네이버에 목신의 미궁이라고 검색하면 여전히 판의 미로가 뜬다.

    줄거리

    배경은 1944년의 스페인으로 바뀐다. 이 당시의 스페인은 프란시스코 프랑코를 위시한 군사독재 세력이 공화정부에 대한 반란을 일으켜 정권을 잡은 상황으로 반군사독재 성향의 공화파 잔당들이 산간 지방에서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었다. 동화책 읽기를 좋아하는 감수성 풍부한 소녀 오필리아는 임신한 어머니 카르멘과 함께 새아버지 비달 대위가 있는 산간오지로 가고 있었다. 자동차를 타고 가던 중에 오필리아의 어머니는 몸이 안 좋은 듯 잠시 차를 멈춰달라고 하고 입덧을 하고 오필리아는 차에서 내려 주변을 둘러보다 눈 모양이 새겨진 돌을 줍는다. 주변에서 본 돌기둥에 이 눈 모양과 맞는 조각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 눈 자리에 돌을 끼워 넣자 대벌레를 닮은 큼지막한 곤충이 입 자리의 구멍에서 기어 나온다. 오필리아는 이 곤충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곧 차가 출발하자 다시 길을 떠나는데 그 곤충은 자동차 행렬을 쫓아간다. 군사독재 정권에 충성하며 공화파 반군을 잔인하게 진압하는 스페인 경찰장교로 악명 높은 비달은 회중시계를 들여다보는데 이 시계는 비달의 아버지가 물려준 것으로 아버지가 죽기 전에 자신이 죽는 시간을 표시하겠다며 깨뜨린 것을 수리해 들고 다닌다. 비달은 금이 간 데다 바늘도 움직이지 않고 톱니바퀴 소리만 나는 이 시계를 틈만 나면 바라보면서 굉장히 아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는 시간에 대한 강박 관념과 아버지에 대한 콤플렉스로 보인다. 시간을 체크하며 카르멘과 오필리아가 제때 오길 기다린다. 비달은 피도 눈물도 없는 성격으로 수염 한 톨 없음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면도를 하는 등 지나치게 깔끔을 떠는 모습을 보인다. 면도할 때 축음기로 틀어놓는 음악의 가사도 '나는 불쌍한 죄수요'라는 주제를 담고 있는데 이는 후술 할 의사 페레이라의 유언과 더불어 비달의 권위주의적 인간성을 대변한다고 볼 수 있다. 카르멘은 임신중독증을 앓고 있는 몸으로 무리하게 장거리 여행을 한 터라 건강이 더 악화된 상태였다. 장거리 여행이 이미 허약한 상태였던 카르멘에게 무리임을 뻔히 알면서도 "아들은 아버지 곁에서 태어나야 한다"는 논리로 카르멘은 물론 그 딸인 오필리아까지 무리하게 산속에 있는 자신의 목조 저택으로 이사를 오도록 했던 것이다. 가부장적 마초이즘에 젖어있는 비달은 카르멘의 상태를 뻔히 알면서도 카르멘보다는 임신하고 있는 자신의 아들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비달은 태아의 성별에 극히 집착한 나머지 카르멘이 가진 자신의 아이가 아들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의사가 "어떻게 아들인 걸 아시는지…?"라고 물었을 때 가소롭다는 듯 웃고 지나가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뿐만 아니라 얼마 후에 카르멘의 건강이 악화되자 "산모와 아들 둘 중 하나만 구해야 한다면 아들을 구하라"라고 의사에게 지시할 정도였다. 아마 대를 이어 군인이 되어줄 아들을 낳고자 하는 열망이 그만큼 컸던 듯하다. 그는 의붓딸인 오필리아에게도 차갑기는 마찬가지라 도착한 오필리아가 인사를 건네도 대놓고 무시했을 정도였다. 오른손에 책을 들고 있던 오필리아가 왼손으로 악수를 청하자 손을 꽉 쥐며 "악수는 오른손으로 하는 거란다."라고 위협적으로 말한다. 뿐만 아니라 비달은 아무 죄 없는 농민들이 단지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심하게 폭행하고 잔인하게 살해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파시스트였다. 낯선 환경과 무서운 새아버지에게 위축된 오필리아의 마음은 당연히 쉽게 열리지 않았다. 카르멘은 오필리아에게 "네가 그분(비달)을 아버지라 부르면 좋겠다"는 소망을 비쳤지만 오필리아는 냉정한 비달을 두려워하며 자신의 죽은 친아버지를 여전히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오필리아를 비달의 하녀들 중 가장 젊은 메르세데스가 이모처럼 다정히 돌보아준다. 비달의 저택에 도착한 날 밤에 침대에 누워있던 오필리아는 저택에 도착하기 전 숲 속에서 본 곤충과 다시 만나게 된다. 오필리아가 책 속에 나오는 날개 달린 소인 같은 요정의 모습을 보여주자 곤충이 요정의 모습으로 변신하고 오필리아는 요정에게 이끌려 저택 부근의 큰 숲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발견한 지하세계로 가는 미로의 유적에서 그녀는 고대 그리스 신화 속의 정령인 판을 만난다. 판은 그녀를 공주님이라 부르며 경의를 표하고 그녀가 지하 세계의 모안나 공주의 환생이라 생각하고 아버지인 지하 세계의 왕은 아직도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오필리아가 다시 지하 세계로 돌아오려면 다음 보름달이 뜨는 밤까지 세 가지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며 그녀에게 그 임무를 지시하는 책을 건네준다. 다음 날 엄마 카르멘과 저택의 하녀들은 드레스를 입고 공주처럼 예쁜 오필리아의 모습에 감탄하지만 오필리아는 전날 밤의 일에 대해서만 생각할 뿐이다. 오필리아는 자신의 어깨에 공주의 증표인 달의 문양이 새겨져 있음을 확인하고 들뜬 마음으로 몰래 책을 펴 자신의 첫 번째 과제를 지시받는다. 첫 번째 임무는 나무의 뿌리에 살며 무화과나무를 말라죽게 만들고 있는 괴물 두꺼비에게 마법의 돌을 먹여 그를 처치하고 그 뱃속에 있는 열쇠를 가지고 오는 것이었다. 나무의 생김새는 판의 뿔과 유사하다. 나무 안쪽에는 진흙 범벅 투성이며 큼지막한 공벌레들이 돌아다니는데 두꺼비는 이 벌레를 먹길 좋아하고 공교롭게도 이 공벌레들이 몸을 만 모습이 마법의 돌과 똑같이 생겼다. 오필리아는 기지를 발휘해 손 위에 마법의 돌과 몸을 만 벌레들을 올려 두꺼비한테 먹이고 멋모르고 돌을 삼킨 두꺼비는 내장을 전부 토해내 죽고 만다. 오필리아는 열쇠를 챙기는 데 성공했지만 카르멘이 특별히 선물해 준 만찬을 위한 예쁜 드레스를 진흙으로 심하게 더럽혀졌고 임무를 수행하느라 만찬에 불참하고 만다. 화가 난 카르멘은 그 벌로 오필리아를 굶기지만 오필리아는 들떠서 배고픈 줄도 모른다. 그 후 오필리아는 다가온 요정에게 열쇠를 찾았다며 판이 있는 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한다. 오필리아는 판의 미로로 가서 그 안의 마지막 문이라고 불리는 석상을 보게 된다. 오필리아가 형상이 새겨진 석상을 유심히 살펴볼 때 뒤에서 판이 고기 조각을 먹으면서 나타나 석상에 대해서 설명한다. 판은 석상을 가리키며 "뒤에 서있는 게 저고 그 앞에 서있는 소녀가 공주님입니다."라며 석상에 새겨진 형상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다 오필리아가 "소녀가 들고 있는 아기는 누구죠?"라고 물어보자 판은 못 알아들은 척 일부러 그 질문을 무시하고 자신이 주는 분필과 남은 임무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를 돌린다. 다음 날 아침에 오필리아가 두 번째 임무를 보기 위해 책을 펼치고 다음에 무슨 일이 생길지 알려달라고 묻자 책이 자궁 모양으로 피로 물들더니 카르멘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어 하혈까지 한다. 카르멘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임무를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오필리아 앞에 판이 나타나 두 번째 임무의 수행을 재촉한다. 오필리아가 "어머니가 아프다"며 할 수 없다고 하자 판은 만드레이크의 뿌리를 주며 이것을 우유에 담가 카르멘의 침대 아래에 놓고 매일 신선한 피 두 방울을 주라고 한다. 또한 두 번째 임무 수행에 도움을 줄 요정 3마리와 모래시계를 주면서 그 장소에 차려진 진수성찬을 절대 손대선 안된다며 경고를 한다. 그곳에 잠들어 있는 포악한 놈은 인간이 아니며 자칫하다가는 목숨을 잃을 수 있다고 덧붙인다. 오필리아는 남몰래 판의 지시를 따랐고 덕분에 카르멘의 증상이 주치의도 놀랄 정도로 호전되자 오필리아는 다시 책을 보며 두 번째 임무를 보는데 바로 아이를 잡아먹는 괴물이 있는 방에 가서 칼을 가져오는 것이었다. 오필리아가 판이 준 분필로 문을 그려서 들어간 방 안에는 괴물이 진수성찬이 차려진 식탁을 앞에 두고 잠든 채로 있었다. 방의 벽에는 괴물이 아이들을 잡아먹는 장면의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괴물이 아이들의 배에 칼을 꽂아 관통시키거나 두 손으로 잡고 산 채로 하나씩 잡아먹는 그림이 그려져 있다. 그림 속의 아이들은 자비를 구걸하고 있는데 이는 괴물이 아이를 살려 보낼 생각이 전혀 없을 정도의 잔인한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 옆에는 잡아먹힌 아이들의 신발과 옷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희생자 아이들의 신발은 모양과 색이 가지가지가 아니라 모두 똑같이 생겼는데 그 구도와 형태가 아우슈비츠에 전시된 희생자들의 신발더미와 똑같다. 즉 감독의 의도에 맞추어 해석하자면 이 괴물은 어른들의 탐욕이 뭉쳐져 만들어진 파시즘 그 자체다. 오필리아는 열쇠로 돌벽을 열어 칼을 챙겼고 무사히 임무를 완수하는... 듯했지만 굶어서 배가 몹시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그 방의 식탁 위에 있는 진수성찬에 결코 손을 대선 안 된다는 판의 지시를 무시하고 포도알에 손을 대려 한다. 요정들이 황급히 앞을 가로막고 손사래를 치지만 인상을 찡그리며 날파리 쫓듯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하고는 두 개를 집어먹고 요정들은 절망한다. 그러자 괴물이 깨어났고 오필리아와 함께 온 요정 셋 중 둘은 괴물이 다가오는 것을 조금이라도 늦추려고 정신없게 괴물의 주위를 날다가 그만 뜯어 먹히고 만다. 어린아이 울음소리를 내며 자신을 쫓아오는 괴물을 보고 기겁한 오필리아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요정과 함께 가까스로 도망쳐 나온다. 오필리아가 포도를 먹느라 시간을 끌어서 그런 건지 모래시계의 모래가 이미 아래로 다 떨어져 버려서 문이 닫혀버렸고 하는 수 없이 새로 문을 그리다가 분필이 부러졌으며 다시 그린 문은 천장에 달려 있어 의자 등받이를 딛고 올라가야 했다. 괴물이 천장에 매달린 오필리아의 발을 잡으려다 간발의 차로 놓쳤는데 눈이 손바닥에 있어 쫓아오다가 몇 번 멈춰 팔을 뻗어 앞을 보느라고 지체했기에 가까스로 탈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요정에게 자초지종을 들은 판은 규칙을 어긴 것에 대해 오필리아에게 화를 내더니 "당신은 절대로 지하 왕국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고 이 세계의 인간들처럼 늙어서 죽게 될 것입니다!"라며 그녀의 눈앞에서 사라진다. 한편 메르세데스는 숲 속에서 게릴라군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동생 페드로와 긴밀히 내통하여 비달의 계획을 방해한다. 사실 메르세데스뿐만 아니라 카르멘의 주치의도 게릴라군의 일원으로서 첩자 노릇을 하고 있었다. 주치의는 메르세데스와 함께 몰래 숲으로 가서 부상자를 치료하고 빼돌린 항생제와 다른 보급품을 전달해 준다. 그리고 다음 날 게릴라군은 비달의 처소와 진지를 습격한다. 이때 창고도 털어갔는데 자물쇠가 부서지지 않고 깔끔하게 열린 모양이었기 때문에 비달은 창고 열쇠를 갖고 있는 메르세데스가 첩자임을 알게 된다. 비달 역시 이에 대한 반격으로 숲 근처의 게릴라군을 잔인하게 죽이고 게릴라군의 일원을 사로잡아 혹독하게 고문한 끝에 첩자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비달은 고문으로 폐인이 된 게릴라군을 치료한 뒤 다시 심문할 생각으로 주치의를 불러들인다. 이때 주치의의 가방에 들어있는 항생제 앰플이 게릴라들이 갖고 있던 것과 같다는 것을 확인하고 주치의가 반군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비달은 방에서 앰플을 비교하여 확인을 마친 뒤에 곧장 카르멘의 상태를 확인하러 간다. 그때 오필리아가 카르멘의 침대 아래에 놓은 만드레이크의 상태를 확인하러 갔는데 만드레이크를 그만 비달에게 들키고 만다. 만드레이크의 뿌리를 보고 경악한 비달이 그것을 빼앗아 내팽개치려 하자 오필리아는 "판이 그러라고 했다"며 울먹인다. 그런 오필리아에게 비달은 "동화만 보더니 완전히 미쳤다!"라고 화를 낸다. 결국 카르멘이 일어나 자기가 딸을 혼내겠다며 비달을 내보낸다. 비달은 카르멘의 상태가 비교적 안정된 상태임을 확인한 후에 게릴라를 고문하던 창고로 돌아간다. 주치의는 게릴라 포로의 요청을 받아들여 약물로 그를 안락사시킨 뒤였다. 비달은 분노하면서도 정말 납득하기 힘들다는 듯이 저쪽에 붙는 것보다 자신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어째서 이런 어리석은 짓을 하느냐며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묻는다. 그러자 주치의는 "아무런 의문 없이 오로지 복종만을 위한 복종을 하는 것은 당신 같은 족속이나 가능한 일이오 대위"라고 당당히 말하고는 고문실을 박차고 나간다. 적반하장도 유분수인 비달은 자신에게 등을 돌려 떠나는 주치의의 등에 권총을 뽑아 쏘아버리고 가슴에 총을 맞은 의사는 고통스러운 듯 몇 걸음 걸어가다 사망한다. 모녀만 남겨지자 카르멘은 오필리아에게 "현실은 차가우며 동화 같은 건 없다"면서 오필리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만드레이크의 뿌리를 끝내 불에 던져 태워버린다. 그러자 여태껏 잠잠하던 만드레이크 뿌리가 불에 타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댄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자기 카르멘의 상태가 심각하게 악화되어 진통이 시작된다. 하녀들이 소식을 비달에게 알리자 비달은 급한 대로 군의관을 불러들이고 그녀는 군의관의 집도하에 비달의 아들을 출산한 직후 사망한다. 아내가 죽고 의붓딸이 슬퍼하는데도 비달은 자신의 아들에게만 신경을 쓰는 냉담함을 보인다. 카르멘의 장례식이 끝나자 메르세데스는 비달이 자신의 정체를 눈치챈 것을 알고 오필리아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온다. 오필리아는 "혼자 남겨지기 싫다, 데려가달라"라고 호소하고 오필리아를 동정한 메르세데스는 오필리아까지 데리고 야반도주를 하려다 붙잡히고 만다. 비달은 오필리아를 방에 가두면서 "누가 애를 구하러 오면 애부터 죽여라"라고 명령하고 메르세데스는 고문으로 취조하려고 결박해 둔다. 하지만 그가 방심한 사이 메르세데스는 언제나 앞치마의 상단부를 말아 접어 지니고 있던 식칼로 결박을 풀고 그를 찔러 제압하고는 "오필리아를 건드리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비달의 입에 칼을 넣어 왼쪽 뺨까지 찢는 큰 상처를 남기고 도주한다. 숲 속으로 도망간 메르세데스는 비달의 명을 받은 그 부하들에 의해 곧 포위되지만 때마침 페드로가 이끌고 온 게릴라군이 비달의 부하들을 사살하고 그녀를 구출한다. 비달은 입가에서 뺨까지 난 찢어진 상처를 손수 실로 꿰매고 거즈를 붙인 뒤 진정제로 쓰기 위해 상비한 브랜디를 마신다. 그러나 꿰맨 뺨의 실밥 사이로 브랜디가 다 새어 나와 거즈가 젖고 알코올 성분 때문에 본인도 고통스러워한다.
    그날 밤 방에 홀로 갇혀 슬픔과 외로움에 빠진 오필리아 앞에 판이 다시 나타나 그녀에게 마지막 기회를 줄 테니 갓 태어난 남동생을 미로까지 데려오라고 한다. 첫 번째 임무를 완수했을 때 오필리아가 석상에 그려진 아기에 대해 질문했는데 바로 남동생이었던 것이다. 오필리아는 몰래 비달의 방에 들어가 비달의 술잔에 주치의가 카르멘에게 줬었던 약을 다량으로 넣고 아기를 안은 채 조용히 나가려 했으나 공교롭게도 게릴라군이 들이치며 낸 폭격 소리에 비달에게 들켜버리자 곧바로 도망친다. 페드로가 이끄는 게릴라군이 계속 들이닥쳐 수류탄이 터지고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지며 수적 열세에 밀린 부하들이 죽어가는 상황인 데다 진정제 때문에 비틀거리면서도 비달은 자기 아들을 안고 도주하는 오필리아만을 쫓아간다. 그 직후에 허겁지겁 저택으로 진입한 메르세데스와 게릴라군은 제일 먼저 오필리아부터 찾지만 그녀의 방엔 분필로 그려진 문만이 있을 뿐 아무도 없었다. 판의 도움으로 오필리아는 추격전 끝에 가까스로 비달을 따돌리고 숲 속의 미로에서 기다리고 있던 판은 오필리아가 두 번째 임무에서 가져온 칼을 들고 지하 세계의 문을 열려면 죄 없는 사람의 순결한 피가 필요하니 아기의 피를 뿌려야 한다며 오필리아에게 남동생을 달라고 재촉한다. 판은 피 한 방울이면 충분하다며 설득하지만 남동생을 해칠까 봐 걱정된 오필리아가 끝까지 거부하자 "정 그렇다면 공주님 뜻대로 하십시오."란 말을 남기며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오필리아에게 다가온 비달은 그녀의 품에서 자신의 아들을 빼앗자마자 그녀를 무자비하게 총으로 쏴 버린다. 그리고 유적 한가운데 쓰러져 피를 흘리는 오필리아를 방치한 채 아들을 품에 안고 숲 밖으로 나온다. 그러나 숲을 나오자마자 메르세데스가 이끌고 온 게릴라군과 마주치게 된다. 살기등등한 그들이 이미 자신의 부하들을 모두 전멸시켰으며 자신 역시 죽게 될 것임을 알게 되자 비달은 메르세데스에게 아기를 건네주며 "내 아들이다. 내가 죽거든 그 아이에게 내 이름과 내가 죽은 시간을 가르쳐달라."라고 부탁하며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시계를 꺼낸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는 "아니, 이 아이는 너의 이름도 모를 것이다."라고 냉정히 되받아친다. 그 직후 페드로가 비달의 얼굴에 총을 쏴 비달을 사살한다. 총알이 비달의 오른쪽 뺨을 통과하자 비달의 눈이 붉어지는데 이 역시 비달이 뺨의 상처를 손수 꿰매는 씬과 더불어 끔찍하면서도 리얼한 씬으로 꼽힌다. 직후 메르세데스는 아기를 품에 안은 채 페드로와 함께 미로로 들어가 오필리아를 찾는다. 그러나 너무 늦은 탓인지 오필리아는 죽어가는 상태였고, 메르세데스는 눈물을 흘리며 오필리아에게 허밍으로 자장가이자 영화의 첫 신에서 흐르던 그 음울한 노래를 불러준다. 이때 오필리아의 피가 미로의 안으로 떨어지는 연출이 나온다. 이 장면은 영화의 맨 시작에 나왔는데 오필리아의 죽음은 결국 맨 처음부터 예정된 것이었다. 화면이 바뀌며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오필리아를 누군가가 부른다. 오필리아가 눈을 뜨자 눈앞에는 휘황찬란한 왕궁의 모습이 있었고 상처도 없이 멀쩡하고 옷과 구두도 바뀌어 있었다. 오필리아의 순결한 피가 미로의 지하에 떨어지자 정말로 지하 세계의 문이 열린 것이다. 그곳에선 공주의 아버지인 지하 왕국의 왕과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하고 있는 왕비 그리고 판을 비롯한 백성들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고 왕은 남의 피를 희생하는 대신 자신의 피를 흘리는 것이 마지막 가장 어려운 시험이었다며 그녀를 칭찬하고 판과 다른 백성들도 모두가 오필리아를 크게 반겨준다. 다시 화면이 바뀌어 미로 한가운데에 쓰러져 있던 오필리아는 결국 죽게 되고 메르세데스는 안타까움과 비통함으로 오열한다.
    "그렇게 공주는 지하 왕국으로 돌아갔고, 정의와 온화함으로 평화롭게 왕국을 다스리니 온 백성이 그녀를 사랑했다. 그녀가 지상에 남긴 작은 흔적들은 어느 곳을 보아야 하는지 아는 자에게만 보인다고 한다."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동시에 잔뜩 시든 무화과나무의 가지에 꽃 하나가 피면서 영화가 끝난다.

    총평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을 대표하는 작품이자 많은 평론가들이 그의 최고작으로 꼽는 걸작이다. 2006년 칸 영화제에서 첫 상영되었을 때 22분간 기립박수를 받은 일화는 유명하다. 토론토 국제영화제 초연 시에도 기립박수를 받았다. 최고의 판타지영화로 불리는 반지의 제왕을 제치고 장르 내에서 최고라는 타이틀을 가져가는 경우도 상당하다. 로튼 토마토 95%, 메타크리틱 98점을 기록하고 있다. 타임지를 비롯한 주요 매체가 2006년 최고의 영화 내지는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꼽았으며 로저 이버트는 "역대 최고의 판타지 영화"라는 평가와 함께 4/4의 별점을 주었고 자신의 가장 위대한 영화 리스트에도 등재했다. 2010년 엠파이어지는 "동화, 파시즘에 대한 비판, 호러, 판타지, 기묘하게 아름답지만 병적인 이야기다. 이 영화를 어떤 시각으로 읽든 이 뒤틀린 걸작은 척 노리스도 때려눕힐 만한 감성의 펀치를 선사한다"는 말을 덧붙여 역대 최고의 영화 100선 중 5위로 선정했다. 이동진은 "이보다 깊고 슬픈 동화를 스크린에서 본 적이 없다"는 평가와 함께 10점 만점에 10점을 주었고 2010년 기준 IMDb에서 21세기 영화들 중 평점이 가장 높은 20개의 작품을 자신의 평가순대로 배열했을 때 이 영화를 1위로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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